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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21년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중국은 이미 생활 전반에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녹아든 상태였는데 일례로, 우리나라로 치면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자신의 위챗 QR 코드를 걸어놓고 송금을 받는 게 아주 보편적인일이였다. 또한 대부분의 음식점은 현금이나 카드를 받지 않고 QR 코드를 이용해서 돈을 송금하고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카메라로 얼굴을 스캔해서 값을 지불하는 음료 자판기였는데... 이건 일단 각설하고, 이번에는 음식점 내부에서 사용하는 메뉴판에 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중국 vs 한국


한국에서 많이 쓰는 태블릿 주문
중국에서 많이 쓰는 모바일 QR코드 주문

 

한국에서는 태블릿으로 메뉴들을 보고 음식을 주문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QR 코드를 스캔하여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주문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모바일 메뉴판을 사용하는 음식점들도 있고, 중국에서도 태블릿 메뉴판을 사용하는 음식점이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내가 적어놓은 것처럼 사용하는 것 같다. 경험상 9:1..? 특히 중국에서는 태블릿 메뉴판을 사용하는 음식점을 딱 하나 봤었는데, 한인 식당에서 봤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궁금해서 한번 여러 가지 차이점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중국에서의 모바일 메뉴판의 성장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관련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모바일 메뉴판의 첫 시작은 2013년경이고, 2015년에 광범위하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내가 유학을 갔던 2021년에는 이미 보급이 많이 되어 많은 음식점이(프렌차이즈는 특히 다 있었던 것 같다) 모바일 메뉴판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에 태블릿 메뉴판에 대한 정보는 몇몇 자료가 있긴 한데, 거의 옛날 자료들밖에 없고 어느 시점에 도입되어서 발전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없다. 아마 흥행에 실패해서 널리 보급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메뉴판 앱은 자체 앱도 존재하고, 위챗 내부 미니 프로그램의 형태로도 존재한다. 아무래도 접근성이나 사용률이 가장 높은 것은 위챗 내부 미니 앱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중국에서 위챗 미니 앱을 사용해서 모바일 메뉴판을 사용했었던 것 같다.

 

위챗 내부 모바일 메뉴판 앱들

 

참고로 '위챗'은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 같은 중국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이고, '위챗 미니 프로그램'은 위챗 앱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앱이다. 미니 프로그램은 따로 앱을 설치하는 과정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고, 위챗과 연동되는 기능들 (결제, 아이디) 이 있어서 사용하기에 매우 간편하다.

 

그래서 위챗과 결합하여 모바일 메뉴판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급격하게 성장하고 보급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의 태블릿 메뉴판의 성장

현재 한국의 태블릿 메뉴판 시장에서 가장 선두 주자는 '티오더'이다.

 

 

2019년에 시장에 출시된후 부터 꾸준히 높은 성장을 이루고있다. 거의 4년만에 매출액이 15배 증가했는데,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2년에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면서 2023년에 크게 성장했다.

 

 

한편 QR 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메뉴판도 같은 시기인 2019년에 시장에 출시 됐는데, 무려 네이버에서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네이버의 모바일 메뉴판은 중국과 비슷하게 많은 국민이 사용하는 슈퍼 앱 내부에서 사용되는 형태이다. 이에 따라 엄청난 편의성과 접근성이 확보되었다.

 

이 부분이 엄청 흥미로운 지점인데, 어째서 네이버의 모바일 메뉴판은 중국에서처럼 흥행하지 못하고 테이블 오더에게 밀리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보면서 추측해 보고자 한다.

 

여러 가지 차이

 

1. 익숙함 vs 새로움

 

태블릿은 테이블에 앉은 후 곧바로 태블릿을 조작해서 메뉴판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모바일은 테이블에 비치된QR코드를 고객이 직접 인식시켜서 메뉴판을 열어야 한다. 사소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이 큰 차이를 빚어낸다.

 

태블릿 메뉴판은 직관적이고 익숙하다. 왜냐하면 사용 맥락이 이전 방식이었던 아날로그 형태로 종이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QR코드는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인식시키고 모바일 메뉴판을 열어야 한다. 새롭고 불편하다. 물론 몇 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지겠지만, 처음엔 확실히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직 우리나라의 장년층(50~)은 QR코드 방식이 익숙치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QR코드 사용을 해보면서 조금 익숙해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새로운 맥락(식당에서 QR코드를 인식하고 메뉴판을 켜고 주문한다)에서의 QR코드 사용은 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매장 내 친절한 가이드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처음 사용부터가 어려울 것이다.

 

반면 중국은 노년층을 제외하고는 디지털에 익숙하다. 길거리의 포장마차와 거지까지도 QR코드를 통해 돈을 송금받는다. (중국 대도시 시민 한정)

 

2. 함께 보기 vs 따로 보기

태블릿과 모바일 메뉴판의 또 다른 큰 차이는 메뉴판을 볼 때 '함께' 혹은 '따로' 보기에 편한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태블릿은 넓은 화면과 큰 이미지를 통해 쉽게 여러 사람들과 함께 메뉴를 볼 수 있다. 반면에 모바일은 각자 휴대폰의 화면을 통해 따로 메뉴를 보기 편하다.

 

이 부분은 상황마다 편한 방식이 달라진다. 예컨대 여러 명이 함께 메뉴를 공유해서 주문하려는 상황엔 태블릿 메뉴판이 더 편할 것이고, 각자 메뉴를 주문할 때는 모바일 메뉴판으로 주문하는 게 편할 것이다.

 

이 부분은 위에서 이야기했던 장년층 분들과 연관 짓는다면, 우리나라는 확실히 함께 보는 태블릿 방식이 훨씬 좋을 것이다.

 

3. 함께 결제 vs 따로 결제

우리나라는 한 번에 결제한 후, 필요하다면 1/N으로 정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하기 쉽게 카카오톡에서 자체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고. 반면에 중국에서는 1/N으로 정산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위챗에서도 따로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모바일 메뉴판의 장점으로 작용했던 1/N 정산이 한국에서는 그다지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


4. 인터페이스


메뉴판 내부의 인터페이스는 태블릿과 모바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가게에서 파는 메뉴를 카테고리화하고, 이미지 옆에 이름과 가격을 보고 선택해서 주문하면 된다.

 

 

다만 가게마다 인터페이스를 살짝 커스텀할 수 있는 모바일이 조금 더 좋다고 생각한다. 메뉴 카테고리의 아이콘이나 프라이머리 컬러, 서브 컬러 같은 것들을 지정해서 가게 메뉴판을 꾸밀 수 있다. 이것이 사용자에게 좋은 인식을 주는 디테일한 퀄리티가 되고, 브랜딩이 될 수 있다.

 

 

가격

 

한국

태블릿 메뉴판: 태블릿 1개당 월 10000원

모바일 메뉴판: 월 10000~20000원

 

중국

모바일 메뉴판: 월 10000~20000원

 

한국에서 태블릿 메뉴판과 모바일 메뉴판은 가격 차이가 꽤 난다.

조금 규모가 있는 식당의 테이블이 10개라고 한다면, 10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모바일 메뉴판이 훨씬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부수적으로 태블릿 A/S 비용이 있을 것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또 교체해 줘야 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

내 생각은 모바일 메뉴판이 아날로그 방식과는 다르게 새로운 메뉴 주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먼저 선점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년층 세대에게 사용하기 어려운 방식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반면에 중국은 전 연령이 이미 모바일 사용에 익숙해졌고, QR코드 사용이 아주 흔하다. 거기에 덧붙여 '위챗'이라는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 내부에서 앱 다운로드 없이 곧바로 메뉴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아주 쉽고 빠르게 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테이블오더 시장

나는 앞으로 모바일 메뉴판이 많은 성장을 해서 시장을 점유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년층들도 점차 디지털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게 될 것이고, 모바일 메뉴판이 훨씬 더 확장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슈퍼 앱 형태로 테이블 예약, 메뉴 주문, 음식점 탐색 다 할 수 있다면 사용성이 엄청 좋아지지 않을까? 덧붙여 가게마다 메뉴판을 커스텀하고 브랜딩도 하고 이벤트나 쿠폰을 제공하기도 하고. 차가운 현실을 많이 고려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반면에 태블릿 메뉴판은 기기 가격과 유지 비용이 매우 큰 걸림돌이고, 확장성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의를 주고 있지만, 모바일 메뉴판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밀려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가게 귀속의 기기이기 때문에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의 범위나 사용 편의가 한정된다고 생각한다.

 

 

 

토스에서도 자체 포스기도 만들고 테이블 메뉴판도 만들어서 하고있는데,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층의 토스에 대한 선호도와 간편하게 주문 - 결제가 이어지는 깔끔한 UI/UX를 기반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방식?

https://tag-here.info/

 

모바일 메뉴판을 QR코드를 통해 여는게 아닌 NFC를 통해 여는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곳이 있다. 인식만 잘 된다면 QR코드보다 훨씬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도면 장년층 분들도 처음 사용하더라도 큰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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